신용대출 규제 1억 초과 안돼
시중은행들이 1억원이 넘는 신규 신용대출이나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1억원 이상 신용대출 후 집 사면 대출 회수'보다 더 강력한 조치입니다. 은행권 신용대출 급증세가 꺾이지 않자 ‘가계 대출 총량을 관리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이 거세진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됩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이 1억원 초과 대출 및 직장인 대출 중단, 전문직 대출 대폭 축소 등 전면적인 대출 봉쇄에 나섰습니다. 주택 관련 대출도 차단했습니다.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선 당국의 압박에 일단 연말까지 가급적 늘리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집값 폭등으로 급전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나친 조치라는 불만이 나옵니다.
KB국민은행은 14일부터 이달 말까지 1억원 넘는 모든 가계 신용대출을 중단키로 했습니다. 기존에 집단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해 7000만원 대출을 보유한 사람이 3000만원 이상 추가 대출을 신청하면 거절된다는 얘기입니다. 마이너스통장은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일부만 빼서 쓴 경우에도 전체 한도가 대출금액으로 잡힙니다.
국민은행은 갈아타기 대출인 타행 대환 주택담보대출도 연말까지 중단합니다. 다른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국민은행으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벽을 친 것입니다. 금리 등 국민은행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타행 대출 이용자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입니다. 국민은행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모집도 지난 9일부터 중단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직군별로 2억5000만∼3억원이던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를 14일부터 2억원으로 일괄 축소합니다. 하나은행도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한은행은 조만간 일반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역시 제한한다는 방침입니다. 우리은행은 올해 3월 출시한 직장인 대상 비대면 통합 신용대출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9개월 만에 중단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이 상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계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회의에서 “10월과 달리 11월 가계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은 것 같다”며 “당초 제출한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진 은행에는 개별 면담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달 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인 10월 증가액보다 약 2조원 많은 9조4196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주요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이 같은 기간 128조8431억원에서 133조6925억원으로 5조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앞서 당국이 연봉 8000만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를 예고하면서 ‘막히기 전에 일단 받아두자’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은 계속되는 집값 상승세와 함께 466조2884억원에서 470조4238억원으로 4조1354억원 늘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물색 중인 직장인 한모(36)씨는 “집값이 너무 올라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으는) ‘영끌’을 해도 내 집은커녕 전셋집도 구하기 어려운 판에 이런저런 대출을 다 막아버리면 어쩌란 말이냐”며 “애초 부자가 아니고선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